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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그랜드체이스

 1. 안녕, 그랜드체이스

 

 

  우리 참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믿지도 못하고 싸우기나 하고 많이 어렸지.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힘들 때면 등을 밀어주고, 토닥여주고……. 우리는 그렇게 지금가지 달려 왔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지. 수많은 시련도 함께 손을 잡고 넘어 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하는 걸까? 이제는 더 이상 같이 달리지 못하는 걸가? 그러면 안 되는 걸까? 그 긴 시간들이 이제는 잊혀져 버리는걸까? 그게 나는 너무 서운하고 또 서러워. 너희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걱정 말아요, 엘리시스. 지금까지 그래왔듯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 맞아! 다혈질에 울보지만 그래도 엘리니까! 우리 셋은 언제나 함께잖아? 그렇게 약속했잖아. 그러니까 분명 그곳에서도 잘 할 수 있어. 우리가 함께 있을 테니까. 지금처럼!

 

  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고개를 들면 너희의 얼굴이 보여. 언제나 시끌벅적했던 우리 모두의 모습이, 내 동료들이.

 

  고마워요, 사랑하는 이들.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마워. 이제는 다시 만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잊지 않을게. 나 절대 잊지 않아. 억지로 내 기억을 망가뜨리고 빼앗아 간다고 해도 필사적으로 마지막까지 붙잡고 늘어질 거야. 지켜낼 거야.

  그래!

  그래요.

  그래야 엘리시스지.

  그래야 엘리시스죠.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 그랜드체이스인 걸!"

 

  잘 가.

  잘 있어요.

  안녕.

 

  맞잡아 준 두 사람의 손이 따뜻해. 리르와 아르메 뒤로 라스, 라이언, 로난 님, 진, 에이미, 선조님, 마리, 디오, 제로, 레이, 루퍼스, 린, 아신, 라임, 에델, 베이가스, 그리고 우노까지. 모두의 모습이 보여. 울지 않으려 했는데……. 눈물은 절대로 보이지 않으려 했는데……. 웃으며 보내주려고 했는데……. 그런데 너무나 힘들다.

 

  미안, 미안해요.

 

  연약해진 마음을 당신이 와서 토닥인다. 같은 지크하트의 이름을 가진 당신이. 내가 믿고 따르던 당신이.

 

  괜찮아, 엘리시스, 내 후손. 너는 엘스커드의 자랑스러운 딸이고 또 내가 기특해하는 손녀잖아. 언제든 잘 해내리라 믿고 있다. 붉은기사단 단장, 엘리시스 지크하트. 붉은기사단의 전설, 이 에르크나드 지크하트가 보증해.

 

  당신의 큰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는 게 사실은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또 리르와 아르메가 괜찮다고 손을 내밀어 주던 게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라스가 말없이 어깨를 툭 쳐 줄 때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두가 가자, 라며 뒤를 돌아봐 주던 게 얼마나 고맙고 기뻤는지.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해. 고맙다는 말. 다들 정말 고마워. 고맙고 또 고마워.

 

  이제는 떠나가는 모두의 뒷모습을 나홀로 뒤에서 바라보고 있어. 너희들이 지나가는 발자국마다 우리의 추억이 되새겨져. 나는 그런 모두의 뒷모습이 너무 그리워서, 그립고 그리워서. 보고 있는 순간에도 너희가 그리워져. 나 잘 할 수 있겠지? 그렇지?

 

  이제 일어날게. 일어나서 나아갈게. 항상 그랬듯이. 그랜드체이스는, 계속 나아갈 거야!

 

  고마웠어, 친구들아. 사랑해, 내 사람들.

 

  안녕, 그랜드체이스

 






2. 디오지크/그랜드체이스, 그 이후



넌 이 여행이 끝나면 뭐할거냐?
돌아가겠지. 그러는 넌 어쩔 셈이지?
글쎄...? 하려던 일도 다 망했으니 그냥 전처럼 떠돌려나?


디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생각하는 바를 알 것 같았기에.


뭐, 즐거웠어. 나름대로.
그 아이들과는...?
흠... 글쎄? 그 애들도 나름대로 할 일도 많고 바쁠테니 못 보고 갈지도.


개구진 웃음이 쓸쓸했다. 그래, 그는 항상 그런 사람이었다. 바람처럼 잠시도 머물지 않고 제 발길이 닫는 곳으로 흐르기만 하다 어느 새 사라져 버리는 그럼. 그리고 디오는 언제나 손에 잡히지 않는 그를 지켜보는 역할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