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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2D

[은혼] 긴히지 AU썰 모음

1. 메이즈러너 스토리 기반


위이잉. 남자는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깼다. 뭐지? 빛이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시야. 덜컹거리는 움직임에 위잉대는 소음이 남자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생각 나지 않아. 아니 그 전에 여긴 어디야?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암흑 뿐이다. 남자는 곱슬거리는 자기 머리칼을 마구 헝클었다. 젠장. 사람도 없고 납치라도 당한 건가. 느낌을 봐선 위로 올라가고 있는 것 같았다. 엘레베이터 같은 걸 수도.


차츰 눈이 어둠에 적응하고 시야에 하나 둘 씩 물건이 보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드럼통과 온갖 상자들이 즐비했다. 뭐지? 설마 폭탄은 아니겠지. 폭탄이라면 대체 어떤 놈들이 이런 수고스러운 짓을 한 건지. 짜증과 분노가 치밀었다. 어찌되었든 여길 빨리 빠져나가자. 위로 올라가는 것 같으니 이 녀석이 멈추면, 그 때까지 내가 살아있을지도 알 수 없지만... 그 때 탈출하자. 남자는 몸을 잔뜩 웅크렸다. 누군가 공격해 오면 밀치고 도망칠 요량이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덜컹, 엘리베이터가 크게 흔들렸다. 멈췄다! 붉은 눈을 살기 등등 번쩍이며 남자는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끼이익. 육중한 쇠문이 열리며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의 대량의 빛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으윽. 신음을 하며 눈을 가렸다. 이미 공격은 따갑게 찌르는 빛에 포기한 지 오래였다.


어이, 일어나, 신입.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빛에 적응하지 못한 눈을 간신히 뜨며 위를 보자 장신의 남자들이 주르륵 자신을 감싸고 서 있었다. 뭐지? 그보다 신입이라니? 설마 노예부역소 같은 곳은 아니겠지? 별별 상상을 하며 뻗어오는 손을 붙잡았다. 꽤 오래 움직이지 않았던 건지 몸이 삐걱였다. 다리가 휘청이자 남자는 몸을 지탱하려 급하게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세게 잡아당기는 힘에 손을 내민 남자-검은 머리칼을 하고 있었다-가 그의 힘에 딸려 엘리베이터 안쪽으로 끌려 넘어졌다. 으으윽. 중력과 함께 짓누르는 힘에 뼈가 으스러질듯 아렸다. 아야야야. 신입이라 불린 남자가 무사히 검은 머리칼의 남자를 받았지만 꽤나 통증이 있는듯 고통에 찬 신음이 두 입에서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 위에서 연신 웃는 소리가 들렸다.
네 녀석들 입 다물지 못해?
부장님 제대로 당하셨네요. 저 녀석 러너 시켜도 되겠어요.


놀리는 건지 정말 웃겨서 웃는 건지 모를 상황에 백발의 남자는 어리둥절해졌다. 제 위로 쓰러져 있던 흑발의 남자-부장이라고 불리는-가 한숨을 푹 쉬며 일어났다.


글레이드에 온걸 환영한다, 신입.


남자는 영문도 모른 채 그가 내민 손을 붙잡았고 따뜻하고 투박한 남자의 손에 이끌려 글레이드라고 불리는 그곳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그곳은 공터라고 불릴만한 드넓지만 삭막한, 감옥 처럼 거대한 벽에 둘러싸인 기이한 공간이었다. 나는 정말 노예부역소에 끌려온 걸지도. 절로 한숨이 나왔다.





2. 뮤지컬 그날들 스토리 기반


그날들 설정, 경호원 히지카타와 경호원 긴토키.

무영이에 긴토키, 그녀에 미츠바, 정학에 히지카타(그날들 다량 스포)



쇼군의 경호원 진선조의 부장 히지카타는 소요의 결혼식 경비를 준비하고 있었음. 그런데 소요와 경호원 한 명이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함. 경호실은 발칵 뒤집혔음. 히지카타는 당장 관련자들과 경호원들을 소집했음.


긴급상황이다. 공주님과 S가 사라졌다. 전원 하던 일을 중단하고 두 사람을 찾는 일을 최우선으로 한다.


히지카타는 잔뜩 화가 났음. 소고 녀석 감히 이젠 공주님까지 납치할 생각을 하다니. 그것도 내일 결혼식을 올릴 사람을. 봐줄 수 없는, 잘 봐줘도 추방감이었음. 착잡해졌음. 빨리 찾아야 할텐데 정신없이 분주해졌음.그러던 와중에 뒤늦게 소식을 접한 콘도가 나타나 더 착집한 표정으로 말했음.


토시, 아무래도 이번 일 너무 비슷한 것 같다.
뭐랑요?
10년 전 그 사건 말이야. 10년 전 오늘 있었던...


히지카타는 불쾌한지 얼굴을 팍 구겼음.


콘도 씨, 그 얘긴 하지 말아요.
알고는 있는데 토시... 소고가 그럴 녀석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지만 너무 똑같아. 난 너무 걱정된다.
콘도 씨가 걱정할 건 없어요. 제가 다 해결할 테니까.


히지카타는 위로 올린 머리카락을 쓸어빗었음. 확 짜증이 치밀어 올랐음. 생각하기 싫은 그 얼굴과 과거에.


10년 전, 히지카타는 진선조에 뽑혔음. 신입 중 2위의 성적. 언제나 2등을 하던 히지카타는 이번에야 말로란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성적은 2등이었음. 에휴. 한숨을 푹 내쉬며 1등 놈의 얼굴이라도 좀 보자 하는 생각에 연습장을 기웃거렸음. 거기엔 잔뜩 귀찮은 표정을 하고 대충 훈련에 임하는 은발의 청년이 있었음.


아, 소문의 수재씨구만.
넌 누군데 날 알고 있어?
너 유명해. 몰랐냐? 여자 경호원들 사이에서 난리더만. 잘 부탁해, 수재씨. 긴토키라고 부르면 돼.
긴토키라면 그!!!
아아. 네 이름 위의 그 긴토키 맞아.


히지카타는 이런 녀석이 자기 위에 있던 녀석이 이런 한량이라는데 확 자존심이 상했음. 하필 이런 녀석 밑이라니. 게다가 1,2위라는 이유로 둘은 부딪힐 일이 잦았음. 대련 등에서조차. 그래도 미운 정도 정이라고, 두 사람은 투닥거리면서도 꽤 마음이 맞는 동료였음. 그렇게 둘은 나란히 정식으로 쇼군 경호실, 진선조에 경호원으로 임명되었음. 그리고 그 일이 터졌음. 두 사람의 첫 비밀 임무였던.


어이, 너희 중에 1등이 누구냐?
사카타 긴토키입니다.
사카타 긴토키! 나와!
무슨 일이십니까?
비밀임무다. 아무것도 묻지 말고, 믿을 수 있는 녀석 한 명 더 데리고 와.
2등이었던 제 친구 녀석을 데리고 와도 되겠습니까?
묻지 말고 아무나 데려와.


영문도 모른 채 긴토키와 히지카타는 경호대상도 알지 못하는 이상한 미션에 투입되었음. 그들에게 내려진 지령은 오로지 이 별장에 머무는 피경호인을 경호하는 것뿐. 들어가선 안 되고, 그와 얼굴도 마주치지도 말 것. 부모건 상사건 그들의 임무는 절대 비밀에 부칠 것. 그것을 선서하고 두 사람은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직업도 모르는 그 누군가를 경호하기 시작했음. 그러나 그것도 하루, 이틀 일이지. 시간이 갈 수록 따분하고 지루해졌음. 결국 참지 못한 긴토키가 히지카타를 상대로 이런 저런 말도 걸고 장난도 치기 시작했음. 히지카타는 임무 중이라며 딱딱하게 거절했지만, 긴토키는 어차피 나오지도 않는 사람인데 뭐가 문제냐며, 히지카타를 말상대 삼아 떠들기도 하고, 딱딱하게 서 있는 히지카타의 얼굴을 가지고 장난도 치고, 낮잠도 자고... 그런 식으로 시간이 흘렀음. 한 일주일 정도가 흘렀을까? 긴토키의 대시에 못이긴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말상대를 해주며 마음을 여는 중이었음. 두 사람 사이는 한결 누그러져 있었음.


히지카타, 너는 너무 딱딱해. 이럴 때는 좀 즐길 줄도 알아야지. 그렇게 살면 빡빡해서 어떻게 숨은 쉬냐. 이렇게 날도 좋은데 바닥에도 좀 뒹굴어 보고 해라. 다리도 안 아프냐.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즐겨도 봐라. 할아버지가 돼서도 그럴 거야? 그럴까봐 무섭네.


하아. 히지카타는 한숨을 푹 쉬며 긴토키의 옆에 풀썩 앉았음. 그러자 긴토키가 히지카타를 확 끌어당겨 제 무릎 위에 눕혔음. 당황한 히지카타가 버둥대자 말했음.


아깐 내가 잤으니까 이번엔 네가 좀 쉬어. 나도 양심이 있지, 계속 나만 자면 좀 미안하잖냐.
난 안 자도 되거든?

다크서클 좀 봐라. 팬더도 그것보단 낫겠네.
그렇다고 네 무릎 위에 눕지 않아도 돼!
아, 좀! 사람이 선심을 베풀 땐 고맙다~하면 받으면 어디가 덧나냐?
으윽.


전혀 무를 기색이 없는 긴토키에 히지카타는 포기하고 스르르 눈을 감았음. 그리고 그 때 일 주일 간 단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문이 스르르 열렸음. 긴토키는 홱 눈을 돌려 열린 문쪽을 봤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안색이 썩 좋지는 않은 한 여성이었음. 여인은 조금 우물쭈물 하다가 말했음.


저, 죄송한데, 불 좀 빌려주시겠어요?


그렇게 세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었음.


아 이후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자야해서 여기서 끊고, 일단 대충 이야기를 풀자면, 어차피 그날들 이야기랑 똑같겠지만, 여자는 미츠바였고, 한 정부관계자와 관련이 있었는데 그의 비밀을 알아버려서 그것 관련으로 보호라는 명목하에 감시당하고 있었고, 그 감시자들은 히지카타와 긴토키였음. 세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졌고, 특히 히지카타와 미츠바는 서로에 대한 연애감정이 싹 트기 시작했음. 그러나 히지카타는 미츠바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고, 미츠바 또한 그런 히지카타를 재촉하지 않았음. 어차피 헤어질 사이였기에.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는 긴토키의 표정은 조금 착잡했음. 미츠바를 친구로서 좋아하지만, 히지카타는 연인의 마음으로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던 중, 새 쇼군 즉위식 경호행사 준비가 시작되었음. 그러나 두 사람은 아직 임무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쪽에 투입되진 않았음. 한편 히지카타에게 마음이 있던 미츠바는 긴토키도 똑같이 히지카타에게 연모의 감정을 품고 있음을 단번에 알아챘음. 그래서 히지카타가 없는 사이에 몰래 긴토키에게 자신의 몸이 허약하고,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함. 어딘가 아플 거라고 얼핏 알고는 있었지만 죽을 병이라는 소리는 조금 충격이었음. 히지카타가 알면 분명 괴로울 텐데. 긴토키는 걱정이었음. 그건 미츠바도 마찬가지였던지 그녀는 긴토키에게 히지카타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함.


그런데 히지카타가 바짝 붙어서 다정하게 이야기 하는 긴토키와 미츠바의 모습을 목격하게 됨. 설마, 긴토키가 미츠바와 그런 사이일 줄이야. 자기는 그것도 모르고 둘 사이에 끼어서 눈치 없이 미츠바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싶었음. 긴토키에게는 조금 실망도 했고, 질투도 했음. 그러나 말하지 않았고, 제 마음을 다스리려 두 사람과 떨어져 있겠다는 생각으로 쇼군 즉위식 행사쪽으로 포지션을 바꿔달라고 말함. 허락이 떨어졌고, 히지카타는 그쪽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음.


긴토키는 동료 경호원에게서 히지카타의 소식을 들었고, 화가 나 히지카타에게 따지러 가려 했음. 그런데 가던 도중에 미츠바 암살 이야기를 듣게 되었음. 이 사실을 미츠바에게 알려야 한단 생각에 돌아가자 미츠바가 창백한 표정으로 말했음.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나를 죽인대요, 긴토키 씨. 어쩌죠? 나 아직 부양해야 할 동생도 있는데...


미츠바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음. 긴토키는 그런 그녀를 안아주고 토닥여 주며, 히지카타에게 말해야 겠다고 말함. 하지만 미츠바는 거절했음. 히지카타 씨는 안 돼요. 그 사람은 너무 친절해서 분명 자기 임무를 저버리더라도, 자기 목숨을 걸고 자신을 도망치게 만들거라고. 그 사람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결국 긴토키는 알았다며, 일단 히지카타에게 가기로 함. 그녀가 떠나는 날이자, 미츠바의 사망예상일까지 그녀의 곁에 있어달라 설득하려고. 그러나 히지카타는 고집을 부렸음. 긴토키는 화가 났음. 그의 멍청한 고집과 쇼군의, 진선조의 위신 때문에 자신을 누르고 죽이려고 하는 히지카타에게. 히지카타는 항상 그랬고 자신은 그런 히지카타를 좋아하고 사랑했지만 이건 아니었음. 긴토키는 버럭 소리쳤음.


네가 항상 2등을 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 너 스스로를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야. 네 욕망, 네 마음, 네 자존심 전부를 진선조의 뒤에 두잖아. 히지카타 토시로라는 인간은 대체 어딨어! 오키타 미츠바를 좋아하잖아!
너, 어떻게?
그 정도도 눈치 못챌 줄 알았어? 너처럼 거짓말이 서툴고 얼굴에 다 드러나는 녀석을 보고도? 이 긴토키가? 멍청이가!
뭐? 멍청이는 너지! 이 천연파마가!
나는 적어도, 너처럼 답답하게 굴진 않아, 이 일중독, 니코틴중독자야!


긴토키는 가지 않겠다는 히지카타의 어깨를 치곤 미츠바에게 달려갔음. 긴토키는 다급하게 미츠바에게 당장 떠나자고 말했음. 자신이 집으로 보내주겠다고. 미츠바는 망설였음. 히지카타의 얼굴을 보지 못해서가 아니라, 긴토키에게 너무 미안해서.


긴토키 씨, 잘못하면 당신이 위험해져요.
알아. 이 긴토키 씨를 뭘로 보는 거야. 그 정도는 알고 있어. 그래도 너를 경호하기로 정했으니까.
그렇지만, 히지카타 녀석이 상처받는 걸 원치 않아. 만약 네가 정말 살해당하면 그 녀석은 정말 평생 자기를 자책하며 살게 될 거야. 그 것만큼은 보고싶지 않으니까 너를 도와줄게.
미안해요, 긴토키 씨. 정말 미안해요.
괜찮으니까 너는 그냥 웃어. 그게 그 녀석이 제일 바라던 거잖아?
그러게요.


미츠바는 고이는 눈물을 애써 무시하며 웃었음. 히지카타가 그렇게 사랑하던 사람을 따스하게 녹이는 미소였음. 긴토키는 그 미소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음. 다시는 보지 못할게 분명한 히지카타를 떠올리며.


두 사람은 빗발치는 총과 자신들을 쫒는 암살자들을 피해 산으로 도망쳤음.


저 때문에 긴토키 씨까지 잡히겠어요. 차라리 그냥 버려두고 도망가세요. 저는 여기서 어떻게든 혼자 해볼게요.
멍청아! 여기서 너를 버리고 가면 뭐하러 여기까지 왔겠어! 이러나 저러나 걸리면 어차피 둘 다 죽음이야. 같이 도망치는 게 가장 살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까 포기할 생각 말고 동생한테 돌아갈 생각만 해. 저기 보이지? 이 길을 따라 죽 가다보면 저 암자가 나와. 저기에 도움을 청해 하루 묵고 산을 내려가. 저 암자의 스님들이 도와줄거야. 절대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니까. 내 이름을 말하고 도와달라고 해. 내가 함께 가주지 못하면 너는 무조건 저기로 가는 거야, 알았지? 나 혼자서는 어떻게든 되니까.
그렇지만, 긴토키 씨!
내 말대로 해. 난 안 죽으니까.
그래도...
걱정 마. 너는 너랑 네 동생만 생각해. 나도 너와의 약속이 있잖아. 히지카타 녀석 곁을 지키겠다고 했던.


미츠바는 입을 다물었음.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음. 긴토키가 너무 결연했으니까. 고개를 끄덕이고 긴토키와 미츠바는 필사적으로 산을 뛰었음. 그러나 전문킬러의 추적을 따돌리기란 쉽지 않았음. 결국 헤어져야 할 때가 왔음.


결국 이렇게 되는 구먼. 미츠바, 네 신발 벗고 이걸 신어. 적어도 녀석들의 1차 표적은 내가 아니라 너니까. 남자 신발자국보단 여자 신발자국을 찾을 거야. 그러니까 내 신발을 신고 달려.
긴토키 씨...
안 죽는다고 했잖아. 안 그래도 내가 지금 사망플래그를 세우고 있는 것 같거든?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아줄래? 그러면 진짜 죽어버릴 것 같잖아. 진짜 안 죽을 테니까. 나 믿고 달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긴토키 씨. 부디 꼭 돌아가요. 내 약속 잊고 나보다 빨리 그곳에 가면 평생 쫓아다니며 저주할 테니까.
그거 참 무섭네. 명심하죠.


미츠바는 예의 그 미소를 지으며 긴토키에게 작별을 고했다. 혼자 남은 긴토키는 씁쓸한 표정으로 미츠바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리곤 애써 웃었다.


미안해, 히지카타. 네 곁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못 갈 것 같아. 아, 정말 보고 싶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네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좀 안심되네.


긴토키는 흐려지는 히지카타의 목소리와 얼굴에 아쉬움이 남아 손을 뻗었음. 닿지 않는 손길에 쓸쓸해졌음.


이렇게 너를 두고 가버리게 됐네. 때론 눈물도 날 거야. 또 가슴도 저리겠지. 그래도 괜찮을 거야. 너는. 네 곁에 돌아갈 수 없는 게 나는 조금 아쉬울 뿐이야, 히지카타. 너를 사랑했지만 내 자린 언제나 너희의 뒤였으니까.


긴토키는 웃으며 제 품속에 손수건을 꺼내 글귀 몇 마디를 적었음. 흘러내리는 피가 글자의 형태로 손수건에 배었음.


이렇게 먼저 떠나서 미안하다. 하지만...


그렇게 적은 글자는 손수건에 가득 메워졌다.


언젠가... 보겠지?


긴토키는 제 유서를 땅속에 묻었다. 그리고 송진이 가득 날아다니는 솔산에 가지고 있던, 세 개의 인연을 이어준 그 라이터를 켜 불을 붙였다. 쾅! 거친 폭발음이 들리고 산에는 연기가 자욱했다.


다시 10년 후, 현재, 히지카타는 오키타와 소요의 흔적을 쫓아 한 솔산으로 들어왔다. 그곳에서 익숙한 긴토키의 필체를 발견한다. 오키타가 발견한 손수건에 쓰인 글자. 그것은 긴토키의 유언이었다. 미츠바의 마음을, 또 자신의 마음을 전한 그 글은 긴토키의 진심이었다. 울컥, 무언가 심장을 짓누르며 올라왔다. 긴토키... 작게 읊조린 이름이 묵직했다.


너, 전혀 안 변했잖아. 그 곱슬까지 그대로야.
너는 그 사이에 더 섹시해졌잖아. 앞머리까지 까고 말이야. 이 긴토키 씨 서운하다고.
흐릿한 긴토키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미안하다.
뭐가?
너를 의심했어. 미워하고 원망했어.
살려고 그랬겠지. 마음이 아프니까.


히지카타는 슬픔을 삼키고 필사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추억은 그렇게 잊혀지면 돼.


긴토키가 적어둔 글귀가, 눈앞에 흐릿한 긴토키의 목소리가 심장에 박혀 들어왔다. 히지카타는 참았던 감정이 터지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차오르는 슬픔에, 또 그리움에, 그리고 뒤늦게 깨달은 또다른 사랑에 히지카타는 오열했다.





3. 궁정물 긴히지


백히지-긴데코 비쥬얼로 나도 궁정물 긴히지.


황태자 긴토키와 스승 히지카타. 어려서 왕궁에 들어온 히지카타가 황태자인 긴토키의 문무 양쪽의 스승이 된다. 타고난 천재인 긴토키는 배우는 것도 빠르고 눈치도 엄청 빨랐지만 자기가 다 배웠단 걸 알면 스승은 히지카타는 자리를 물러나게 될 거란 걸 알고 부러 한량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히지카타는 때때로 긴토키가 보이는 현명하고 영악한 행동 때문에 대충은 눈치채고 있었다. 다만 긴토키의 생각과 달리 그 이유를 긴토키가 자기 몸을 사리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그런 행동이 본인 때문이란 것도 모르고 그저 부왕의 눈치를 보고 있는거라고 생각한다. 여하간 긴토키는 어려서부터 스승인 히지카타를 마음에 들다 못해 연심을 품게 되었고 여자와 놀아날 때도 히지카타를 닮은 여자들만 데리고 오는 식이었다. 그럴 때마다 히지카타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지만 알 수 없었다.


시간이 흘렀고 긴토키는 성인이 된다. 에도는 주변 국가의 크고 작은 침입이나 국지전이 잦았고, 국왕은 긴토키에게 스스로의 입지를 다지라며 전장으로 긴토키를 내보낸다. 이 때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스승이자 호위무사로 전쟁에 참여했고 긴토키는 선봉장이자 지휘자로서 참전하게 된다. 그리 큰 전투는 아니었지만 결코 작지도 않았던 전투였고, 전략적 요충지에서 일어난 격렬한 전투에도 긴토키는 무너지지 않고 군대를 훌륭히 이끌었고, 장군과 군사들을 비롯해 히지카타에게 칭찬을 받으며 금의환향했다.


하지만 수도로 돌아간 두 사람에겐 현왕의 국장이란 비보를 접하게 된다. 결국 예장을 지내고 긴토키는 바로 황제로 책봉되고 히지카타는 스승의 자리를 물러나면서 동시에 정계를 물러날 생각으로 자리를 정리한다. 그런데 긴토키가 왕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자기 호위대 진선조를 신설하고 히지카타를 그 부장(책사) 자리에 임명해버린다. 이 때 히지카타가 평소에 존경하고 긴토키에게도 바른 말을 많이 하던 올곧은 곤도를 국장 자리에 앉히고, 히지카타를 부장 자리에 앉히면서 졸지에 히지카타는 긴토키 곁에 붙어있게 되었고 긴토키를 위해서 온갖 더러운 일을 떠맡게 되었다.


긴토키도 히지카타를 더럽히고 싶진 않다. 그러나 히지카타는 정치적으로 이용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또 히지카타도 그걸 원하고 있었다. 자신을 이용해서 긴토키가 강한 주군이 되기를. 그래서 평소에는 가신으로서, 또 하나의 장기말처럼 대하다가도 둘이 있을 땐 히지카타를 스승님이라고 부르며 미안하다고 하고 히지카타에게 어리광을 부린다. 옥좌에 앉아있을 땐 히지카타를 정말 애정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처럼 적극적으로 정치말로 이용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미안함과 상처만 남기다 긴토키와 히지카타 양쪽에게 정치적 혼담이 들어온다. 이때 긴토키는 처음으로 히지카타 앞에서 울면서 히지카타를 덮친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흘리면서 스승님... 히지카타... 토시로... 하면서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자기 마음을 고백한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며 울컥하는 목소리로 히지카타를 안았지만 히지카타는 그 마음에 보답할 수 없음을 알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히지카타는 긴토키가 크는 걸 봐왔던지라 사실 긴토키가 얼마나 참아왔는지도 알았고 그 일로 마음고생도 심했단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긴토키는 부왕이 서거한 이후로 더욱 마음을 숨기고 행동해왔기 때문에 히지카타는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그랬던 그였기에 긴토키의 응석을, 또 마음을 적극적으로 밀어내고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히지카타는 그날 긴토키가 원하는대로 안겼고, 잠든 긴토키에게 바로 옷을 입혀주고 이불을 덮어주고 뒷처리도 채 하지 못한 채로 방을 걸어나온다.


이곳저곳이 쑤셨던데다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녀들이, 참으려 하긴 했지만 어쨌든 나온 제 목소리를 들었던지라 단호한 목소리로 만약 이 일을 발설하는자는 전부 죽게 될거라 엄포를 놓는다. 그대로 히지카타는 태자궁으로 향했다. 지금은 비어있지만 동궁도 동궁 안쪽의 별채도 여전히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긴토키 때문에 특별히 동궁 안에 별채를 지어 그 안에서 지냈던 히지카타였던지라 오랜만에 들른 제 방이 반갑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애달픈 기분이 들었다. 사실 히지카타도 어느샌가부터 긴토키를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자기는 남자에 가신일 뿐이고 스승이라서 긴토키의 후궁도 될 수 없는 몸이니 마음을 정리하려고 했던건데 궁지로 몰린 긴토키가 마음을 털어놓는 바람에 쌓아왔던 벽이 와르르 무너져버렸던 것이다.


히지카타는 방 한 가운데서 긴토키의 향이 밴 옷 냄새를 맡으며 오열했다. 결국 긴토키는 왕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결혼할테고 히지카타 또한 긴토키에게 결혼을 종용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서로에게 남기는 것은 상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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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줄에 들어 앞머리를 올린 히지카타를 긴토키가 생각보다 훨씬 좋아했다. 요염해져서.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그 미모에 다른 이들이 꼬일까 질투도 했을 것이다. 히지카타는 처음 정계에 들어갔을 땐 가시아귀 비쥬얼이었을 거다. 머리가 길었지만 자르지 않았고 길러 위로 묶었더랬다. 그때 황태자였던 긴토키는 꼬꼬맹이였을 것이고, 조금 더 자라서 히지카타가 거추장스러운 머리를 자른 후에는 앞머리 깠을 것이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에게 존대말을 하지만 때때로 자기에게 반말하라고 말하는 긴토키 때문에 침실에서는 긴토키 이름도 부르고 말도 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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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지카타에게 질투하는 황후까지 얹으면 진짜 최곤데. 사랑에서도 치이고 정계에서도 고작 서자 주제에 왕 곁에서 가장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고 간신 취급 받으며 정계의 힘 있는 노신들에게 고통받고 더불어 신센구미의 위치도 불안해서 그거 세우려고 고군분투하는 히지카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긴토키는 언제나 그렇듯 최고다.


황후는 긴토키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자기의 정치적 위치 때문에 히지카타를 더 싫어하면 좋겠다. 히지카타가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건 안다. 그러나 그를 대하는 긴토키 때문에 언젠가는 긴토키가 삐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히지카타가 곧게 있으려 할 수록 다른 신하들은 그를 더더욱 아니꼽게 볼 테고 그럴 수록 긴토키는 더더욱 히지카타를 싸고 돌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좋아하는 한편 또 유용한 말로써 사용하고 있으니까 히지카타와 진선조라는 세력이 없어지면 긴토키의 왕권은 위태로워질 테고 그렇게 되면 황후는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되겠다는 자기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될 게 뻔했기 때문에 황후와 히지카타는 정계의 숙적이면서도 동지 같은 사이였다. 하지만 그녀 개인적으로는 히지카타란 사람의 무모함이나 긴토키 때문에 좋아하진 않았다. 여하간 그렇게 황후도 히지카타를 손에 쥐고 줄타기를 하고 있고 히지카타는 긴토키를 지켜야 하는데다 자기가 충성을 맹세한 사람의 부인이니 어찌되었든 황후의 바람대로도 움직여주긴 할 것이다. 그럴 수록 더더욱 긴토키가 어찌하던 히지카타는 제 마음을 꽁꽁 숨기려 한다.


긴토키는 그런 히지카타를 볼 때마다 더 애가 타서 히지타타의 마음을 더 종용했다. 스스로도 인간으로서도 왕으로서도 이기적인 걸 알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히지카타가 자신에게 질리지 못했으면 생각도 하고, 그래서 더더욱 집착하게 된다. 긴토키의 집착도가 높아질 때마다 황후가 히지카타를 부르는 빈도도 높아질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옆에 불러놓고 하던 섹스가 긴토키를 부추기기 위한 섹스로, 그러다 더더욱 도가 지나쳐 결국엔 세 사람이 합하는 섹스하게 되어 버린다. 처음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그러나 긴토키의 히지카타에 대한 남색을 참지 못한 황후가 선전포고를 한다.


그렇게 안고 싶으면 우리 합방날 불러요. 그 대신 다른 날은 안 돼요. 라고. 긴토키는 황후와는 최대한 합방을 피하고 있었고 히지카타 또한 여성을 안지 않고 거의 긴토키의 운우지락을 만족시키는데만 제 몸을 사용했다. 그랬던 히지카타도 황후와의 합방은 중요하다며 황후의 말을 따르자고 하자 긴토키는 어찌할 바가 없었다. 황후는 황후대로 히지카타를 종용해서 긴토키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수락했고 히지카타를 안고 싶을 때마다 황후방에 찾아 가게 된다.




4. 고양이수인 히지카타GS


한 달에 한 번 발정기 때만 되면 고양이건 사람이건 수컷들이 텐코 주변으로 몰려 들어서 고양이는 히지카타한테 얼굴 부벼대고 남자들은 텐코한테 추파 던졌으면. 발정기 페로몬에 생리통까지 한 달에 2주간은 진짜 스트레스 최고치 찍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긴토키도 텐코를 페로몬 때문에 관심 갖게 됐으면.



5. 루시퍼/콘스탄틴 AU


루시긴이랑 콘탄히지로 미츠바를 구하려고 악마를 소환했다가 되레 미츠바를 빼앗긴 후로 오키타에게도 미츠바에게도 죄책감을 갖게 된 히지카타. 스스로를 염세적으로 보게 되고 엄청 꼴초가 되어서 얼굴은 하루하루 피폐해지는데 여전히 악몽으론 매일 같이 미츠바의 꿈을 꾸고... 그러다가 결국 미츠바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옥의 왕 루시긴을 소환해낸다. 히지카타는 힘겹게 루시퍼를 소환하는데 성공은 했지만 긴토키는 미츠바를 살리는데는 관심도 없고 자기는 그런 걸 하지도 못한다고 그쪽엔 별 신경 쓰는 눈치도 아니고 도리어 자기를 소환한 히지카타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사람을 속일 타입처럼 보이진 않는데 네가 악마랑 천사들을 그렇게 속였다면서. 네 소문이 나한테까지 들리더라? 근데 이렇게 잘생긴 남자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얼굴로 꼬셨어? 어떻게 했어? 여자를 살리고 싶다고? 내가 아버지께 부탁해볼게. 내 말을 들으실진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내가 뭔가 마음을 움직일 만한 얘길 해봐. 그 화려한 언변으로.


그러면서 루시퍼 긴토키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히지카타를 부추긴다. 그에 히지카타는 트리거가 당겨진 듯 긴토키를 노려본다. 두 사람의 악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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