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해리] Stoker meets Kingsman
- 영화 스토커와 영화 킹스맨 크로스오버 썰 모음
- 찰리 스토커/해리 하트
- 썰조각이므로 이어지기도 하고 이어지지 않기도 함
- 스토커, 킹스맨 스포
1. El Tango De Roxanne (찰리맨? 찰리E맨?)
해리를 가둬놓은 지 이틀 째, 해리에게는 여전히 물만 주고 있다. 해리는 이 지독한 상황에 신물이 났다. 찰칵, 문이 열리고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남자가 들어온다. 찰리 스토커.
"그거 알아요, 갈라하드? 당신의 후임인 게리 언윈이 이번 임무를 훌륭하게 해냈다고 하던데. 그 대상이 누군 줄 알아요?"
그의 손가락에 잡혀 팔랑이는 사진 속 사람은 에그시와 한 남자였다. 해리와 너무나 닮은 노신사였다. 에그시는 그의 손을 붙잡고 밝게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이 한 때의 자신과 에그시를 떠올리게 했다. 조지 팔코너라는 교수래요. 해리도 알았어요? 나는 당신이 도망쳐서 위장임무를 수행하는 줄 알았어요. 너무 닮았잖아. 찰리의 말에 해리는 미간이 찌푸렸다.
"난 당신이 그렇게 고고하고 귀족처럼 구는 게 정말 좋아요, 해리. 더 아름답게 물들이고 싶어지거든요. 창녀 록산느처럼. 아, 그 새로운 란슬롯을 말한 건 아니었어요. 그 아이는 창녀라기엔 너무 깨끗하고 밋밋해요, 그쵸? 딴 얘기로 새버렸네."
찰리는 뚜벅뚜벅 해리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자신의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을 빼 해리에게 손수 끼워주는 것이었다. 해리는 그런 찰리의 행동이 경멸스럽고 더럽게만 느껴졌지만 자신이 거부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틀이나 굶은 몸으로 결박당한 철사를 끊을 수 있을리 없지 않은가.
억지로 끼워진 이어폰에서는 록산느의 탱고가 흘러 나왔다. 분명 일부러 이 곡을 골라 제게 들려준 것이리라.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라는 건 순전히 놀림의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해리는 너무나도 잘 알았다. 점점 심하게 구겨지는 표정을 해리는 도저히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럴 수록 더욱 신나하는 것은 그를 구경하는 찰리 뿐이었다.
"해리, 지금 당신 얼굴 정말 아름다워요. 여기에 붉은 색 물감이 조금만 더 묻어있으면 좋겠다. 조금만 기다려줘요. 곧 아름답게 치장해줄테니까. 욕정의 붉은 색으로요."
2. Kingsman: The Secret Stoker (찰리맨)
미국지부의 킹스맨 찰리 스토커는 잠시 영국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다 교회씬 이후의 해리를 발견한 것이다. 원래 같았으면 그냥 무시하고 가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킹스맨의 안경과 수트, 구두, 손목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찰리는 그냥 오, 킹스맨을 이렇게 간단히 죽인 사람이 있네 하는 마음으로 해리를 주워다놨다. 그런데 생각보다 해리가 제 취향이었던 것이다. 여튼 뇌사상태에 빠진 해리를 필사적으로 죽어가던 숨을 살려 놓았다.
찰리는 평소에도 그다지 자제하며 살지 않았다. 아니, 자제를 한다기보단 오히려 위험을 즐기는 타입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아크라시아보다는 아콜라시아에 가까운 인물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V-day에도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여전히 지나치게 깔끔한 킹스맨의 방식이 아니라 살육을 즐기는 듯한. 그는 주파수가 사람들을 미치게 할 때도 여전히 똑같았다. 이성을 전혀 잃지도 않았다. 대신 자기와 해리를 공격하려 달려드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을 총도 꺼내지 않고 수술대에서 가져온 의료용 나이프 메스를 휘두르며 전부 학살하기에 이른다.
찰리는 이 순간이 너무 즐거웠다. 즐겁고 즐거워서 아이처럼 비져 나오는 웃음을 어쩌지 못했다. 사람들이 미친 걸까? 다들 약이라도 한 듯 물건을 부수고 서로를 때린다. 아, 그망 그건 아름답지 못했어. 거긴 좀더, 아니, 그렇게 마구잡이로 주먹질할 게 아니라 좀더 우아하고 세련되게 고통의 아리아가 병원 전체에 울려 퍼지게, 그래. 찰리는 해리의 병동에서 앉아 조용히 밖을 구경했다.
동물원 우리 속 동물을 보는 기분이 이럴 것이다. 저 즐거움에 동참할 수 있다면. 찰리는 다소곳이 누워있는 해리를 돌아 보았다. 지루하다. 따분하다. 심심하다. 재미없다. 빨리 깨어나지 않으려나? 당신도 킹스맨이라면 굉장한 살인기계일 텐데 이 멋진 재미를 놓치다니 아쉬워. 살육의 파티 속에 우아한 귀족이라니! 이렇게 아름다운 게 세상에 또 존재할까?
어쩔 수 없죠. 당신이 즐기지 못한다면 내가 그만큼 대신 즐겨줄게. 찰리는 인심을 쓰는 듯한 말투로 잠들어 있는 해리에게 말했다. 아, 당신은 이미 즐기다가 이렇게 된 거였지? 지겨워져서 잠들어 있는 걸지도. 그럼 마음껏 사양 않고 즐길게요, 갈라하드. 찰리는 노오란 프리지아에 키스하곤 타박타박 문을 향해 걸어 갔다. 아수라장 속에서도 그의 구둣발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
킹스맨의 수트는 전투복, 그들의 모든 소지품은 무기이다. 그러나 찰리는 지금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는 구두조차 평범한 구두. 오롯이 그에게 남아 있는 것은 방탄의 수트 뿐이다. 아, 안경이 있었지. 자, 봐요. 이제부터 신나는 파티타임이야. 찰리는 접어두었던 안경을 쓰고 철컥, 문을 열었다. 시끄러운 소음이 귀를 때린다. 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저 경쾌한 비명들. 찰리는 저도 모르게 자꾸만 올라가는 입 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웃었다.
킹스맨은 구원을 위한 살생밖에 하지 않는다고? 무슨 말씀. 합법적으로 살육을 즐기는 이들이야 말로 최고의 킹스맨이지. 그리고 이 순간 찰리는 완벽한 킹스맨이었다.
3. To become a Kingsman (역키잡)
찰리 스토커는 3살 때 괴이한 가학심을 제 가족들에게 들켰다. 이상하게도 스토커 가문의 사람들은 유전인 듯 사냥을 즐겼다. 타겟을 정해 몸을 한껏 웅크리고 숨을 멈춰 정적을 즐긴다. 그리고 창공을 배회하던 독수리처럼 순식간에 먹이를 낚아챈다. 이것은 스토커의 피에 모두 흐르는 본능이었다. 물론 찰리도 그랬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가족들도 모두 그러리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의 가족들은 그를 경계했다. 어린 찰리는 그것이 이해 가지 않았다. 갇힌 방안에서 그저 멍하니 밖을 바라보다가 애꿎은 벽이나 베개를 깨뜨린 유리조각으로 벅벅 소리내 긁었다.
그가 집에 갇히게 된 것은 제 부모와 리처드가 아끼는 강아지를 포크로 찍어 죽였다는 고작 사소한 일 때문이었다. 어린 아이에게 집 종신형이라니 너무 가혹한 형벌이 아닌가? 2년이나 지나 5살이 된 찰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변화는 그날 이후로 일어났으니까.
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죠? 가족들에게 물어도 그들은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아직 네가 어려서 그래. 찰리는 그럴 때마다 낮 내 공들여 만들어 둔 고운 노란 색 찰흙인형의 목을 잘라버렸다.
"나도 리처드처럼 나가고 싶어요."
"아직은 안 돼."
"왜요?"
"위험하니까."
"뭐가요?"
"전부 다."
찰리는 입을 비죽였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진정한 사냥꾼은 자기의 가족을 해치지 않는다는 걸. 그랬으니 찰리는 알 턱이 없었다. 그렇게 찰리는 제 행위가 잘못된 것이란 걸 모른 채 자랐다. 그리고 마침내 찰리가 피를 나눈 제 동생을 땅 속에 묻어버린 그날, 그의 아버지는 찰리를 포기했다. 끔찍한 괴물을 키울 수는 없었으니까. 고아도 아닌데 고아가 된 아이. 찰리는 부모가 누군지 아는데도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가 되었다. 10년이 흘렀다.
이 뒤로 귀찮아서 진짜 썰로 풀었음. 찰리가 보내진 보육원은 킹스맨 제단에서 후원하는 곳이었음. 이 보육원에서도 찰리는 이상했음. 그래서인가 보육원의 교사들은 찰리를 가두어 길러야 했고 찰리는 또다시 독방에 갇혀 자랐음. 그러다가 갓 킹스맨이 된 해리가 아서와 함께 제단의 보육원을 찾아감. 보육원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한다는 명목이었음. 킹스맨의 돈이 아무데로나 새어선 안 되니까. 물론 이 일은 킹스맨 제단의 일반 사무 에이젼트가 맡아서 해야 할 일이었지만 두 사람이 맡은 일은 그저 평범한 시찰이 아니었음. 바로 에이젼시의 일손이었음.
킹스맨은 비밀조직이라는 위치 때문에 항상 일손 부족을 겪고 있었음. 현장에서 뛰는 건 한 지부 당 고작해야 12명. 한 나라 당 한 지부만 있는 이 조직이 겪는 일손 문제는 필연적인 문제였음. 에이젼시의 사무직이나 기술직은 모두 시크릿 에이젼트 시험과정에서 낙제한 준비생 중에서 뽑아야 했고.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젼트가 아니어도 에이젼시에서 일할 일손을 어려서부터 기를 필요가 있었음. 그를 발탁하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임.
보육원에서 해리는 찰리를 발견했음. 혼자 조용히, 지나치게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찰리를. 아서는 찰리를 단번에 마음에 들어했고 찰리를 보내버리고 싶어했던 교사들의 추천으로 찰리는 보육원을 나가게 됨. 해리는 그런 아서도, 찰리도 탐탁지 않았음.
찰리는 해리에 의해서 하나하나 신사로 자라나게 됨. 배우고 훈련해서 사냥본능을 완벽히 숨기는 법을 배운 것. 사실 성격으로 보면 해리도 그다지 정상은 아님. 그래서인지 해리는 찰리의 비정상적인 성격장애를 알고 있으면서도 바꿔야 한다는 생각보단 교육으로, 훈육으로 그 성향을 철저히 감추고 귀족처럼 우아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그런 기술만 가르쳤음.
그렇게 찰리는 성장했고 스물중반이 지나서야 해리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됨. 찰리를 잘못 가르쳤다는 것을. 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음. 찰리가 진짜 사냥꾼이 되어 있던 것임. 전처럼 어리숙한 방식이 아닌 정말 킹스맨의 방식으로 킹스맨의 정의를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음. 문제는 그 정의를 이상한 방향으로 해석한다는데 있었고.
그러나 해리는 이런 찰리를 버릴 수가 없었음. 찰리만큼 훌륭한 능력의 소유자가 없었고 찰리는 준비된 개였으므로. 원래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젼트까지 시킬 생각은 아니었는데 아서는 이런 찰리가 탐나고 또 만족스러웠음. 그래서 자신의 연줄을 이용해 찰리를 귀족으로 올려 놓는 뒷공작까지 펼침.
스토커 가문이 원래는 아주 오래 전 영국의 이름뿐인 백작가문이었는데 반역죄로 명에와 귀족작위를 박탈당하고 미국으로 추방되었다는 과거를 날조해낸 것임. 실제로도 스토커 가가 꽤 명문가문인 것은 맞았지만 지독한 정신적 유전병 때문에 숨어지내던 가문이었으니까. 아서의 독단은 결국 찰리 스토커를 귀족으로 올려 놓았고 찰리 스토커라는 괴물을 킹스맨 에이젼트로 만들었음.
그리고 귀족, 킹스맨 에이젼트가 된 그날, 찰리는 지급받은 킹스맨 안경을 쓰고, 킹스맨 수트를 착용학 해리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음.
"해리, 해리가 내게 기사의 서약을 해줘요."
라고. 해리는 소름이 끼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