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지크] 설정, 썰 로그
1. 직장인 디오/연예인 지크하트
디오는 평범하지만 능력있는 회사원이다. 요즘 주가를 올리기 시작한 지크하트와는 대학동기로 최근 지크하트가 동창회에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는 사실 동창회 같은 일에 관심을 두는 타입은 아니었다. 주변에 예민한 편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소꿉친구인 레이는 달랐다. 그녀는 유독 디오의 동창회에 관심을 보이며 꼭 올 지 안 올지도 모르는 지크하트의 번호를 받아오라는 말을 남겼다. 디오는 그녀의 꿍꿍이속을 알 수 없어 눈을 가늘게 떴지만 돌아오는 것은 격한 위로-위로라기엔 등으로 날아온 손이 너무나 매웠다-였다. 아마 레이 쪽 회사가 매니지먼트에도 손을 뻗으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레이의 의중을 이해할 수 있는 루트가 없었다. 레이가 소녀처럼 지크하트를 따라다니고 그의 사진을 넣어다니고, 이런 것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으니까.
지크하트는 가수로 시작해 배우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가수로는 인디로만 활동하기에 그다지 얼굴이 팔려 있지 않았으나 배우인 지크하트는 꽤나 인지도를 얻어가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곱지 않던 시선도 지금은 꽤 인기 있고 연기력 탄탄한 신인배우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는 대학 과동기에게 얼마 전 동창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혹시 명단을 볼 수 있을까, 하고 물은 말에 동창회장은 흔쾌히 참가자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명단을 죽 내려 읽던 지크하트의 눈에 이름 하나가 들어왔다. 디오 버닝캐니언. 대학 시절 그가 좋아했던 동기의 이름이었다.
동창회에서 지크하트는 디오에게 자신의 콘서트 티켓을 건넨다. 장소는 한 작은 클럽. 디오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레이에게 이끌려 한 두 번 가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꽤나 아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디오는 알겠다는 의사를 밝히곤 지크하트의 번호를 받아 돌아온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지크하트는 디오와 함께 한적한 밤길을 걷는다.
"야, 나 혼자만 떠드냐? 어떻게 오늘 감상도 없냐? 너 진짜 여전히 무뚝뚝하다?"
지크하트가 말없이 걷는 디오에게 반 즘 빈정거리는 말투로 말하자 돌아오는 대답은 단답형이었다.
"너야말로 변함없다."
지크하트는 그런 디오가 멋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 마음은 그를 마음에 들어한다.
"너 그 때 내가 좋아했던 거 알아?"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디오는 담담하게 '얼핏 소문으로.'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지크하트는 할 말이 없어져 '그래.'하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어색한 정적이 흐른다.
2. 디오지크/로난지크로난
지크하트와 로난은 다른 대원들 몰래 사귀고 있었다.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철저히 숨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단 한 명, 그들의 관계를 알고 있는 이가 있었다. 바로 마족 디오였다. 디오의 시선은 항상 지크하트를 향해 있었다. 그랬으니 모를 리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와 눈빛들. 디오는 지크하트의 애정을 받는 로난을 질투했고 로난에게 애정을 주는 지크하트에게 질투를 느꼈다.
전쟁이 터졌다. 당연하게도 최전방에는 그랜드체이스가 있었고 또 그들의 최전방에는 지크하트가 있었다. 마족에게 당한 상처가 쉽게 낫지 않아 지크하트는 전투 도중 출혈과다로 쓰러진다. 죽음과 가장 멀리 있을 거라 생각했던 지크하트에게 죽음이 지척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죽음이라는 가장 큰 위험이 닥치면 몸에는 여러 변화가 일어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심적인 고통 삭제였다. 기억이 인간의 재능이라면 망각 또한 인간의 재능이다. 지크하트의 뇌는 몸의 쇼크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기억의 봉인을 시도했다. 일시적인 기억상실이었다.
전쟁의 난리 중 쓰러진 지크하트를 발견한 것은 그의 연인인 로난이 아니라 디오였다. 디오는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누구도 자신들을 보고 있는 이가 없었다. 데리고 돌아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마계로 도망칠까? 사실 도망친다고 해도 마족인 그를 탓할 이는 아무도 없었으며 눈치챌 이 또한 없었다. 지금이 기회라면 기회인 것이다. 디오는 망설였다. 하지만 그 망설임은 그저 잠깐의 양심에 의한 회의였을 뿐 그 이상이 될 순 없었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질투 따윌 느낄 일도 없었을 테지.
디오는 의식이 없는 지크하트를 데리고 버닝캐니언 가문의 성으로 귀환한다. 그리고 가장 구석의 방에 그를 가두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지크하트가 의식을 찾았다. 디오는 조금 긴장했다. 그가 혹시라도 반항하며 죽이려 달려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지크하트의 눈빛이 달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너무나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멍해 보이는 눈빛이 묘했다.
디오는 지크하트의 변화를 눈치챘지만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밖에서 식사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을 알프레드를 불렀다. 알프레드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규칙적이고 정돈된 발걸음과 동작으로 지크하트와 디오의 앞에 와 트레이를 내밀었다. 은쟁반 위에는 따뜻한 수프가 담겨진 그릇이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다. 지크하트는 디오가 음식을 직접 먹여줘도 별 반항 없이 수월히 삼켰다. 물론 처음에는 경계를 했다.
누구냐고 묻는 지크하트의 말에 디오는 당황한다. 그러나 이내 이것은 기회였다는 것을 개달았다. 디오는 자신에게 찾아 온 기회를 그러쥐었다. 처음을 로난이 아닌 자신에게로 돌려놓은 것이다. 지크하트는 디오의 연인이며 디오 또한 지크하트를 사랑하는 연인이라고 그렇게 말했다. 물론 처음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보였다. 그러나 지크하트는 금방 적응했고 받아들였다.
지크하트는 자신이 하이랜더라는 사실조차 잊은 듯했다. 디오는 그런 지크하트에게 너는 인간이며 마계에서 인간은 그저 사냥감에 불과하기에 안전을 위해서라도 성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고 지크하트는 그 말에 따라 더욱 성 깊숙한 곳으로 숨고 디오에게 매달린다. 지크하트의 행동반경은 이윽고 방 안으로 한정되었고 디오는 그런 지크하트를 매일 밤 찾아갔다.
그 사이 그랜드체이스 일행은 사라진 지크하트와 디오를 찾고 있었다. 한 차례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고 나니 그들을 지탱해줄 이가 없는 그랜드체이스는 거의 와해 분위기였다. 로난은 절박하게 자신이 지크하트와 디오를 데려오면 그랜드체이스가 유지되는 것이냐 묻는다. 엘리시스는 그럴 거라고 생각했고 대답했다. 그러나 로난은 이그지토르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또 필사적으로 지크하트를 찾기 시작한다. 각종 정보를 수소문해 매일 밤낮으로 지크하트의 행방에 매달렸다.
그러다가 한 소식이 로난의 눈에 박혔다. 지크하트가 디오와 함께 마계에 있을 지도 모른다는 정보였다. 로난은 반신반의했지만 주춤거릴 시간이 없었다. 곧바로 세르딘 바이올렛 메이지의 도움을 받아 작은 마계로의 문을 열었고 마계로 향한다. 지크하트가 있을 법한 디오의 성까지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우스운 것은 간신히 도착한 버닝캐니언 가문의 성에서조차 로난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손님으로서의 예우는 확실히 받고 있다. 그런데 왠지 모든 이들이 자신을 꺼리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로난은 그 자리가 불편했다.
로난은 디오에게 정보의 진위를 묻는다. 당연하게도 디오는 로난에게 지크하트의 존재를 모른다는 대답을 했다. 그러나 로난은 이미 디오가 지크하트를 숨기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하르페와 이그지토르의 결론도 그랬다. 그래서 계속 디오의 성에 머물렀고 혹시나 지크하트와 마주치지 않을까 이곳저곳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나 지크하트는 나타나지 않았고 메이드들은 그를 지나치게 불편해하며 방해하는 것 듯했다.
메이드들의 수상한 태도에 로난이 주목한 것은 유독 가드가 높은 한 방이었다. 성 가장 구석에 존재하는 방. 마치 창고처럼 다른 화려한 문과 달리 허름하고 초라한 문이었다. 로난의 눈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 때 한 하녀가 화려하게 장식된 실버트레이를 들고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음식의 잔재가 있었다. 안에 사람이 있나? 그 광경을 목격한 로난의 의심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로난은 문제의 방에 잠입해 보기로 한다. 문 앞에 섰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이라면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로난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안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낯익은데도 낯선 목소리. 누군가의 신음소리. 귀를 가까이 가져다대자 그제야 로난은 목소리의 주인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였지만 알 수 있었다. 이건 지크하트의 목소리였다. 로난은 거짓을 말하고 지크하트를 숨긴 디오에게 화가 났다. 그리고 지크하트를 이곳에 가둔 것에도 화가 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배신하고 디오와 붙어먹는 지크하트에게 그는 참을 수 없는 경멸을 느껴야 했다.
다음 날, 로난은 디오에게 지크하트의 이야기를 따진다. 처음에는 부정하던 디오도 로난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단 걸 눈치채곤 너무나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리곤 지크하트의 방으로 로난을 안내했다. 지크하트는 길게 자란 머리를 위로 올려 묶고 있었다. 로난은 그의 눈에서도, 분위기에서도 이전 하이랜더의 위용을 느낄 수가 없었다. 로난이 존경하고 좋아하던 지크하트는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남은 것은 유약하고 여자같은 한 인간이었다. 로난은 변해버린 지크하트에게 환멸을 느낀다.
그래도 혹시나 무슨 일이 있었던 거겠지, 하는 마음에 로난은 지크하트를 불렀다. 하지만 로난의 부름에도 지크하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로난은 디오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 따져 물었고 디오는 차분하게 대답한다. 자신은 지크하트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고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이미 기억을 잃은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제 보호 아래서 지크하트는 디오에 대한 마음을 키웠던 거고 그게 진실이라고.
로난은 믿지 않았다. 그러자 디오는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지크하트를 불렀다. 그리고는 지크하트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지크하트는 스스로 디오에게 키스했다. 로난은 적나라한 장면에 충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