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자가 된 황녀
- 트위터 썰 정리
암투가 난무하는 한 황가가 있었음. 황제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직계로 흠결없이 정당한 권위를 가진 정실의 아들에게 황태자 자리를 주고 싶었음. 암투가 난무하니 일부러 후궁이나 둘째부인도 일체 들이지 않고 오로지 황후와의 사이에서만 아이를 갖길 원했음. 그런데 둘 사이에 영 아이가 생길 기미가 보이지 않아 초조해진 황제와 황후는 아들기원제를 올림. 영험한 신녀와 기원제에 의해서 성공했던 선왕들의 물건을 가지고 출산을 관장하는 대모여신에게 여드레 간 간절히 기도를 드림.
지금까지 기원제를 해서 아들이 생기지 않은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이들은 반드시 아들이 곧 태어나리라 굳건히 믿고 있었음. 그리고 역시나 황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를 뱄음. 당연히 황실을 비롯한 황국 전체가 축제 분위기가 되었고 이 일로 정계와 황실은 잠시나마 잠잠해졌음. 이 기원제를 드린 선왕들은 반드시 건장한 사내를 낳았다는 전례가 황제의 적대세력의 발을 묶은 셈이 된 것임.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이가 태어나기 한, 두 달 전 즘 황제와 황후는 똑같은 꿈을 꿈. 대모여신이 나타나 그들 앞에 섰는데 그 옆에 황관을 쓰고 황복을 차려 입은 한 여인이 서 있던 것. 외모는 황후를 닮았으나 분위기나 행동거지는 황제의 것과 똑같은 그런 여인이었음. 그 여인은 대모의 품을 떠나 황제와 황후에게 갔고 그 두 사람 앞에 서 절을 하곤 다시 황상에 가 앉았음. 당연히 두 사람은 당황했음. 설마 당신이 점지해 준 아이가 아들이 아닌 딸인겝니까? 하고 여신을 찾았지만 대모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음.
꿈에서 깬 황제와 황후는 절망했음. 이대로라면 두 사람은 황실에서 쫓겨나는 것은 양반이요, 태어날 자식을 비롯해 황제와 황후 모두 반역자들에게 살해당할 수도 있는 위협에 처하게 된 것임. 어떻게 해서든 그런 일만은 막아야 했음. 자신들이 살기 위해선 태어날 아이는 반드시 남자아이여야 했음. 이때 황후는 황제에게 아이는 남자라고, 반드시 남자일거라며. 그를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을거라고 말함.
황제는 황후의 의도를 눈치채고 딸로 태어날 아이를 아들로 만들기 위한 밑준비를 시작함. 어디에 숨어있을지도 모를 첩자들 대신 완전히 자신의 사람이 될 사람들을 지방에서부터 물색하기 시작했음. 그를 위해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한 황제의 그림자들에게 비밀을 지키고 황태자를 떠받들 시녀와 무사들을 구해오라는 명을 받음.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의원을 찾아가 남성성을 더욱 강하게 발현시킬 약재를 알아오도록 시키고 의원은 죽인채 약재목록만 챙겨오도록 하였음.
그렇게 완벽하게 은폐된 곳에서 여자아이가 황태자로서 태어나게 되었음. 그러나 여전히 황제와 황후는 불안했음. 그래서 그림자들에게 시켜 아이를 평생 뒤에서 떠받들 남자아이, 그것도 신생아를 데리고 오도록 시킴. 버려진 아이라면 가장 좋고 것이 아니라도 어미 혼자 나은 아이로 데리고 오도록 하여 어미는 죽이도록 명령을 내림. 그림자들은 황제의 명령에 따라 남자아이 한 명을 데리고 왔고 그 아이는 황태자를 대신해 신하들과 국민들에게 보여졌다. 그렇게 온 국민은 황가의 거짓말에 속아 황태자의 탄생을 축하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이는 완전한 황태자로, 여자아이가 아닌 남자아이로 자랐다. 그리고 그 그림자엔 그 때 그 소년이 숨어 있었다. 황태자가 가장 신뢰하고 아끼는 아이였고 소년의 마음도 오롯이 황태자를 향했다. 중략.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황제와 황후가 노쇠하며 그 자리를 태자가 대리청정하게 되자 안 그래도 꾸준하던 암살기도나 정치적 반란은 더욱 거세게 일어나게 되었다. 그럴 수록 황태자는 성장하고 강해졌다. 그러나 비밀은 오래 숨길 수 없는 일이고 비밀을 캐내려는 자는 더욱 분주히 그 뒤를 파냈다. 그리고 발견된 수상한 점들이 그들의 눈에 들었고 이들은 황태자가 실은 정당성이 없는 여자아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한다.
1. 그러니까 보고 싶었던 건 사실을 알고 어미에 대한 분노+복수와 연모하는 황태자에 대한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소년과 각종 정치적 공격과 음해, 암살의 위협 사이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강인하게 단련하는 황태자 이야기.
2. 호르몬 조절 약의 부작용으로 때때로 심각한 정신적 불안을 겪는 황태자를 옆에서 안쓰럽게 바라보는 소년과 그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으리라 다짐하는 소년의 이야기
3. 그리고 소년의 마음을 알고 자신도 그 소년에게 감사함과 더불어 작은 연모의 마음이 있으나 그 감정을 묻어두고 이 소년을 이용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포섭하고 제 아래 꿇리면서 남자가 아니라 여자로서 여황제로서 당당하게 황상에 앉는 그런 이야기가 쓰고 싶고 보고 싶었었는데 쓰다보니 이건 뭐 완전 드라마 선덕여왕 얘기라 관뒀다.
4. 물론 여황제는 결혼하면 안 되고 자신이 마음에 담아두던 소년을 본보기로 죽이겠지. 소년 또한 고민 끝에 그녀를 위해 희생할테고.
5. 소년의 어머니를 죽일 것을 명한 건 전 황후였다.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소 우유부단한 면이 있는 황제는 그래도 그럴 필요까지 있겠느냐 말했지만 혹 소년의 어머니를 시녀나 유모로 함께 들인다고 하더라도 하루가 머다하고 서로를 배반하는 황궁 내에서 완전히 배신하지 않는 이란 존재하기 어려웠다. 아예 처음부터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충성 하나만을 보고 자라도록 세뇌한 존재가 아니라면. 아니, 그런 사람이라도 온전히 믿을 수 없는 곳이 황궁이다. 그러니 어떤 방도가 달리 있었을까. 황후는 결단을 내려야 했고,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로서 가장 확실하고도 또 잔인한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설마하니 그 소년과 자신의 아이가 서로에게 연모의 감정을 품을 것이란 생각은 추호에도 하지 못한 것이리라. 만약 알았다면 그녀가 죽은 뒤 이렇게 제 아이가 고통스러워하며 찾아오도록 내버려두진 않았을 터다.
어머니, 전 어머니가 원망스러워요. 제가 어떻게 해야하죠? 그에게 연심을 갖게 되어버렸는데 그 아이에게 전 원수의 딸이 되었어요. 이럴 거였다면 차라리 제게 아무도 주지 마셨어야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