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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단문 리퀘

감송향 2017. 1. 10. 02:47

140자 이내 목표 단문 리퀘. 1번만 성공하고 나머진 다 실패였다ㅠ


1. 아서멀린

 아서! 아서! 아득히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를 부르는 소리에 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가자꾸나, 아서. 우서와 이그레인이 아서를 향해 손짓했다. 그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절박한 청년의 목소리와 제 부모 사이에서 갈등했다.


2. 디오지크

 긴 수단이 그의 걸음을 따라 출렁였다. 천천히 눈을 뜬 남자의 눈동자는 희귀한 은색이었다. 소년은 신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다.

무슨 일이죠? 신부가 물었다. 소년은 화들짝 놀라 모습을 드러냈다.

자꾸 꿈 속에 신부님이 나타나요. 지금과는 다른 옷을 입고 계신 신부님이 저와 함께 있는 꿈이에요. 저는 악마에 쓰인 건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죠?

꿈 속의 저한테 뿔이 두 개 달려 있어서요. 손도 사람의 손이라기엔 너무 징그럽고 무서워요. 유리창에 그려진 악마들처럼요.

신부는 푹 한숨을 뱉었다.

당신은 악마에 쓰인 게 아니랍니다, 디오.

신부는 평온하고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3. 룬리나

 소년은 자신이 질투해야 하는 남자가 하필 저러 한량이라는 게 심히 짜증스러웠다. 대체 리나는 저런 녀석이 뭐가 좋다고 저렇게 감싸고 도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누가 봐도 나쁜 놈이잖아. 특히 리나에게 있어선 더 하고. 정말 꼴도 보기 싫다. 그 남자만 없어져 준다면 리나와의 한 때를 방해 받을 일 따윈 없을 텐데. 룬은 저 멀리 로키와 서 있는 리나의 뒷모습을 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4. 니콜라이 달(뮤지컬 라흐마니노프)

 그를 볼 때면 항상 느끼는 어떤 기시감이 있었다. 그게 무얼까 곰곰이 생각했다. 내성적이고 주변 방으에 민감하고…. 과거에 본 그는 그저 음악을 사랑하는 섬세한 사람 같았는데…. 지금 같은 초조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편안하고 따뜻한 선율. 아마 그게 그의 본질이었을텐데…. 지금의 그는 그답지 않다. 오히려 누군가를 닮았다고 한다면…, 그래. 그건 나여다. 지금의 그는 마치 과거의 나를 닮았다. 초조해하다 결국 절망했던 그 시절의 나를.이대로 그를 조이고 있는 피아노줄을 풀어주지 못한다면 그는 그때의 나처럼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것만큼은 안 돼. 흩어져 있던 퍼즐을 맞추듯 그에 대한 기록을 찬찬히 다시 읽어본다. 방문 너머로 상처받은 아이의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눈시울이 뜨뜻하다. 눈물이 흘렀다. 그를 도와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