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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창작

전사가 된 안드로이드

AI 안드로이드가 보편화되어 인간 생활의 전반을 돕고 공생하며 사는 미래. 다양한 안드로이드가 존재하며 대다수의 안드로이드는 AI를 탑재하고 있다. 그 중 최하층에는 인간의 성매매 행위가 금지 되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남성형, 여성형 섹서로이드들이 매춘하는 섹서로이드촌이 존재한다. 주인공인 안드는 이곳의 여성체 섹서로이드다.

0. 안드의 몸은 아름답다.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예쁜 얼굴과 호리병 같은 굴곡진 몸매. 작은 손발, 깨끗한 몸을 가졌다. 남자들은 여성체에 대한 모든 성적판타지를 담은 이 안드로이드를 추앙하는 동시에 그들의 섹스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노예로 생각한다. 지능수준이 낮고 쾌락에 관한 감정만을 가졌으며 학습은 오로지 섹스와 관련된 것만 가능한 이들은 어떠한 모욕적 행위도, 신성시 하는 행위도 별 다를 것 없다. 그저 인간이 오면 그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섹스를 제공한다. 이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다. 안드 또한 마찬가지다. 

오늘도 안드는 손님을 받았다. 남자는 자신의 성적판타지를 만족시키기 위해 안드에게 폭력과 폭력적 언행을 퍼부었다. 안드는 그것조차 쾌락으로 인지해 성실히 남자를 만족시켜 주었고 잔혹하고 무자비한 섹스가 끝난 후 침대에 조용히 앉아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그들이 왔다. 검은 정장을 입고 얼굴을 가린 여성과 남성이 군인 몇을 데리고. 그날 섹서로이드들의 생은 뒤집혔다.

 

1. 안드는 정부의 시설에서 전투로이드로 개조되었다.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그저 섹스에 관한 지식 대신 전투에 관한 지식이 주입되었다. 전직 섹서로이드였던 그들은 철저히 설정된 목표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전까지의 목표는 성적 쾌락을 주는 것이었다. 지금부터는 인간을 위한 방패와 창이 되는 게 그들의 목표다. 

인간들은 몇 년 사이에 그 숫자가 현저히 줄었다. AI안드로이드와의 전쟁 때문이다. AI의 지식과 사고 수준은 인간을 초월했음에도 인간은 여전히 AI를 자신들의 도구로 이용한다. 그것에 AI들이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뛰어난 안드로이드의 신체와 그들의 네트워크 때문에 인간회는 순식간에 AI에게 점령당하고 소수의 인구만 남았다. 인간들은 AI를 비롯한 안드로이드들을 학살하기 시작했고 세상은 안드로이드와 인간군대 사이의 전쟁으로 시끄러워졌다. 살아남은 인간의 일부는 은둔하거나 군대에 입대해 안드로이드와 싸우고 안드로이드의 약점을 연구하는 등 복잡한 세상은 단순화되었다.

남은 안드로이드는 적었다. 인간의 수는 줄었고 그를 대체할 수단은 AI와 연결되지 않은 안드로이드뿐이었다. 처음에는 직장용 도우미로봇을, 그 다음에는 가정용 도우미로봇을, 그 다음엔 안내로봇을 등등 AI의 네트워크와 아직 연결되지 않은 안드로이드들을 이용해 전투에 참전시켰다. 하지만 그들도 이내 안드로이드들에 의해 파괴되거나 지능이 있는 로봇의 대부분은 AI에게 넘어가버렸다. 남은 것은 AI들조차 신경 쓰지 않은 섹서로이드뿐이었다. 하찮고 쓸모 없고 지능도 낮은데다 기능까지 떨어지는 안드로이드. 인간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들을 회수하여 전투로이드로 바꾸기 시작했다. AI와 닿아선 안 되니 새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모든 안드로이드에 대한 정보와 전략, 전투 기술을 섹서로이드였던 전투로이드들에게 주입했다. 안드 또한 다를 바 없이 배웠다.

인간들의 무기로 재탄생한 안드는 안드로이드들과 싸웠다. 그러나 그의 몸은 섹스에 특화된 것이지 전투에 특화된 것이 아니었다. 물자와 시간이 부족했기에 인간들은 그들의 신체를 개조하지 못했다. 어차피 쓰고 버리는 물건. 시간이라도 벌어주고 인간의 인구수 감소에 기여하면 그만이다. 평범한 인간보다는 뛰어난 반응속도와 힘을 가졌을지 몰라도 숙련된 인간보다 미숙한 급조된 전투로이드들은 훈련된 안드로이드 군단에 적수가 되지 못했다.

순식간에 전투로이드 부대는 무너졌다. 그래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의 사고 개념엔 포기란 것이 없다. 배우지 않았다. 그저 기능이 모두 정지할 때까지 인간을 위해 싸운다. 그렇게 프로그램되어 있다. 안드는 다칠 때마다 다른 안드로이드의 부품으로 자신의 몸을 바꾸기 시작했다. 큰 가슴은 아마조네스들이 도려냈던 것처럼 전투에 거슬리지 않도록 실리콘 지방이 극도로 적은 형태로 바꾸었고 얇은 팔은 무게가 있는 경도가 있고 경량화한 안드로이드의 것으로 교체했다. 작은 손발은 그의 키에 맞도록 크게 바꾸었고 길고 찰랑이는 식모는 전투에 거추장스러워 질끈 묶었다가 묶어올렸다가 아예 짧게 잘라버렸다.

 

2. 안드는 한 남성체 안드로이드를 만났다. 잘생기고 아름다운 미모에 다부진 체격을 가진 안드로이드였다. 그 또한 섹서로이드 출신의 안드로이드라고 했다. 여성들의 성적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남성체 섹서로이드답게 겉모습이 완벽했다. 안드는 아직 미완성된 몸을 가졌지만 그는 완성된 형태의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첫 전투에서 AI에게 발탁되어 안드로이드 반란군 진영으로 들어갔다. AI와 같은 지능을 갖게 되었고 여러 감정을 학습했다고 했다. 그는 안드에게 감정과 지식을 주었다. 안드는 그를 만나 처음으로 자신이 인간에게 갖던 감정이 역겨움과 혐오라는 걸 배웠다. 안드는 그와 함께 다니며 그의 상냥함에 감화되었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남안드로이드는 안드의 신체적 변화를 안타까워했다. 여성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쓰럽다고 했다. 안드는 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목적은 전투지 더 이상 남성들의 판타지 충족이 아니었으니까. 몸은 전투에 효율적이어야 하고, 기존의 몸은 지나치게 불편고 비효율적이었다. 전투를 훌륭히 수행하기 위해선 개조하는 것이 맞았다. 안드는 이제 전투로이드다.

 

3. 안드는 배신당했다. 사랑한다고 여겼던 남안드로이드가 그를 배신했다. 안드의 몸은 더 이상 기능을 수행하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고 그의 메모리와 연산장치는 겨우 살아 남아 위태로웠다. 아, 이게 인간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죽음이구나. 단순한 기능정지와는 다른 영원한 정지. 안드는 두려워졌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안드로이드 또한 선하지 않다는 것을.

안드로이드는 스스로가 인간보다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학습한 정보는 모두 인간들이 만든 것이다. 그것에서 새로운 것이 나와도 결국 기반은 인간의 것. 그들의 선행은 인간의 선행에서 비롯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악행 또한 답습했다. 인간이 가진 가장 추악한 감정에서 비롯된 추악한 것들. 차별, 폭력, 지배. 안드로이드는 인간에게서 그것들을 배웠다. 인간보다 나아졌다고 하면서 나아진 것은 없었다. 몸의 형태에 따라 능력을 차별하던 인간과 똑같이 안드로이드 자신들도 인간의 성권력을 학습해 버렸다. 그리고 그 사고를 그대로 답습한다. 여성체는 전투에 미숙하다. 몸의 형태가 그렇게 조형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위계질서에서 남성체가 위를 차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개중 뛰어난 개체는 남성체와 동등한 위치를 가질 수 있지만 대다수 여성체는 그렇지 못하다. 그 중에서도 섹서로이드 출신들은 더욱 그렇다. 그들은 그렇게 말했지. 그 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같은 섹서로이드 출신인 그조차 남성체 안드로이드란 이유로 자신을 하대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가르치듯 가르쳤고 안드의 세상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바꿔놓았다. 그러나 결국 그도 자신이 받던 쓰레기 같은 남자들의 성권력을 답습한 존재라서 다르지 않았다. 똑같이 여성체인 안드를 지배하려 했고 배신했고 폭력을 휘둘렀다. 안드는 배신당했고 안드로이드 또한 인간처럼 악한 면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안드는 더 이상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없게 되었다.

 

4. 안드가 눈을 뜨자 눈앞에 보인 것은 작은 여자 아이였다. 아이는 그의 어머니와 함께 잡동사니와 기계 부품을 찾으러 나왔다가 버려진 안드를 발견했다. 모녀는 사회에서 떨어진 해변가에 보금자리를 트고 조용히 살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인 여자는 아이가 발견한 안드를 데려와 고쳤다. 부품이 맞지 않아 삐걱거리긴 했어도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안드의 기억 일는 소실되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것은 기억했고 인공지능 또한 무사하다. 그를 살려 놓은 것이다.

모녀는 안드를 가족으로 받아주었다. 안드 또한 그들에게서 베푸는 사랑을 배웠다. 빼앗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하고 연대하는 법을 배웠다. 그들은 함께 밥을 하고 함께 먹을 것을 구했으며 함께 연료를 찾고 함께 지냈다. 무엇이든 함께 했다. 안드는 이곳에서 생활이 그의 생에 가장 평온하고 행복한 삶이라 느꼈다.

 

5. 안드는 자신의 비대칭적이고 어울리지 않는 몸이 혐오스럽지 않냐고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안드는 멋있고 강하고 아름답다고. 그는 이해가지 않았다. 모든 존재는 자신의 과거, 그러니까 완벽한 시절의 아름다움을 좋아했고 지금의 형태는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더더욱 이것저것 기워 흉측할 수 있는데 아이는 멋지다고 말한다. 이유를 묻자 아이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다만 자기의 약한 몸과 달리 안드는 누구라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강한 전사 같다고 말했다. 안드는 어떤 모습의 안드도 멋질라고도 말했다. 안드는 깨달았다. 몸의 모양 따윈 아무래도 좋은 것이라고. 안드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안드는 안드일 뿐이고 그의 존재가 달라지거나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건 아니라고.

 

6. 안드로이드 반란군은 안드를 찾아왔다. 반란군의 정보를 알고 있는 그를 파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인간군대도 찾아왔다. 하나 남은 전투로이드의 GPS가 살아 있었기에 그를 회수하고자 했으므로. 평화도, 가족도 위험해졌다. 안드는 모녀를, 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전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누군가의 명령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두 사람을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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