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베 중편글 썰입니다. 이 아이도 제목이 없네. 제목은 야구용어가져다 쓸겁니다 ㅋㅋㅋ
나중이 되겠지만 아마 변화구 이름 중에 어울릴 만한 놈으로 하나 가져다 쓰지 싶네요.
시기는 1년이 지나서 미하시네들이 전부 2학년이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니시우라는 신입생을 받았고, 야구부도 나름 다크호스로 이름을 날리는 중입니다.
1년 동안 미하시와 타지마는 스타가 되어 있다는 설정입니다.
오리지널캐가 비중이 큽니다.
신입생 '유키무라 카오루(雪村 かおる)'는 웬만한 고등학교에서 그를 추천으로 스카웃하려 했던 유명한 중학생 투수였다. 그러나 그는 어떠한 학교에도 입학하지 않고, 지원도 적은 공립고교인 니시우라에 입학했다. 물론 니시우라가 작년의 전적으로 다크호스로 떠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니시우라보다는 토세이나 비죠같은 학교들이 더욱 야구명문고에 해당함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그는 그런 학교들의 스카웃 제의를 마다하고 굳이 이 작은 니시우라 고교로 입학을 하였다. 어떠한 추천서도 없이 오로지 공부를 해서 니시우라에 입학했다. 중학교에서는 이름을 날렸을지는 몰라도 중학교 야구를 보지 않는 이들에게는 낯선 이름일테니 누군가 자신이 그 유명한 투수 유키무라란 걸 알리 없을 거라는 자신감에 차 니시우라에 입학했고, 실제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유키무라는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운동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치요에게 입부서를 내민다. 포지션은 투수. 이곳의 투수 사정을 알고 있다. 물론 구원투수로 주장인 하나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한 명이 더 있다고 들었지만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구원투수라고 불리지도 못했다. 이곳의 에이스가 다쳤을 때를 대비한 그저 대비책이었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이곳 니시우라의 투수는 에이스인 '미하시 렌' 뿐이다. 작년에 니시우라와 함께 니시우라를 승리로 이끈 팀의 에이스라는 명목으로 토세이를 이긴 다크호스, 뛰어난 제구력을 가졌다고 소문나 있는 그였다. 하지만 구속자체는 빠른 편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느린 편에 속했다. 아무리 제구력이 좋아도 구속이 나오지 않으면 그 투수는 오래 버티기 힘들다.
그런 그를 1년 동안이나 키워 스타로 만들어준 포수는 대체 누구일까? 이곳의 선수는 최소인 10명이다. 그렇다면 포수는 아마 정포수 한 명이겠지. 미하시가 에이스로서 유일한 투수인 것처럼. 이 배터리의 존재가 궁금했다. 포수의 존재가 궁금했다. 그래서 유키무라는 그 포수에 관한 모든 정보를 모았다. 아베 타카야. 중학교 시니어출신의 그 유명한 하루나 모토키의 중학교 당시 포수로, 정포수가 된 하루나와의 배터리. 그리고 하루나가 무사시로 갔음에도 그는 무사시로 가지 않고 니시우라라는 무명의 학교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미하시를 발견해 그를 스타로 만든 사람. 투수와 타자의 상황, 경기 전체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에 따라서 경기의 내용을, 공 배합을 바꾸어가며 세세하게 투구지시를 하는 지능타입의 섬세한 포수. 그것이 아베 타카야였다.
유키무라가 이상으로 하는 타입의 전형적인 포수였다. 자신을 키워주고 자신을 더욱 높은 곳으로 보내줄 수 있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어줄 팀의 안방마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이상의 포수였다. 유키무라는 그런 아베에게 반해 아베가 미하시가 아닌 자신의 포수가 되어주기를 바랐고, 그래서 모든 곳을 버리고 니시우라를 선택한 것이었다.
유키무라는 1학년치고는 발육이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중학교 2학년 초부터 크기 시작해서 지금도 여전히 크고 있었지만 왠만한 고등학생보다 크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그 1년사이 열심히 성장해 173cm가 된 미하시나 174cm인 아베보다도 큰 180cm였으니까. 게다가 어깨도 타고난데다가 그 체격값을 하기라도 하듯 유키무라의 무기는 압도적인 구속이었다. 다른 평균 체격 선수들보다 자세가 안정되어 있어 훨씬 빠른 구속이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 제구도 가능했다. 제구가 잘 될 때는 평균구속으로 4분할까지도 가능했으니까. 물론 미하시만큼의 제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그건 사기일 뿐 아니라, 프로에서도 상당부분 먹힐 수준이라는 거겠지.
하지만 유키무라의 무기는 단순한 빠른 구속의 볼이 아니었다. 당연하겠지만 이 구속의 완급조절이 뛰어나 빠른 공을 던진 직후에 느린 공을 던지는 식으로 타자들을 유린하기 일쑤였고, 유일한 변화구이지만 체인지업까지 장착하고 있어,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교란으로 중학생 레벨에서는 거의 탑이라고 불리울 정도였다. 고등학교 레벨에서도 그의 투구는 꽤 강한 무기가 될 터이었다. 고1답지 않게 최고 구속은 138km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공이 상당히 날카롭고 구위도 좋았다. 이 정도 레벨이라면 프로들의 평균구속 수준이니 상당한 무기임에 틀림없었다.
유키무라는 이 정도라면 충분히 아베의 시선을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분명 아베가 볼 배합을 좋아하긴 하지만 속도라는 투수의 장점을 버리기는 아까웠을테니까. 아베에게는 볼 배합보다 그 시합의 흐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유키무라는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구력이 썩 좋지 않던 중학교 시절의 하루나와 계속 배터리를 맺고 있지 않았을테니까.
그러나 생각보다 아베의 배터리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정포수로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의 투구연습을 도와주고는 있었지만 그에게 있어 항상 제1순위는 미하시였다. 미하시의 구위를 올리고, 구속을 높여주고, 심지어는 미하시 개인의 연습 프로그램이나 영양 보충 등 사소한 것까지 전부 아베가 신경을 써주고 있었다. 유키무라가 심술이 나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아베도 유키무라의 공이 위력적이고 매력적이라고 느끼고는 있었다. 하지만 아베가 유키무라의 공을 받아주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은 하루나에 대한 중학시절의 공포와 분노 때문이었다. 지금은 140km 대의 공도 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정도 구속에는 몸이 떨렸다.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아픔에 대한 공포, 혹은 하루나에 대한 분노 등 여러 가지 이유일 것이다. 유키무라의 공은 하루나의 공을 떠올리게 했고, 저도 모르는 사이 아베는 본능적으로 유키무라를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하시는 처음에 유키무라의 공을 받았을 때의 아베의 표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떠오른 열띤 그의 표정. 분명 무서워하고, 불편해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빠른 공의 매력에 끌리고 있음은 확실했다. 당연했다. 아베에게는 아직 하루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으니까. 하루나의 공에 대한 매력에 여전히 끌리고 있었으니까. 다만 미하시가 아베가 더 좋아하는 스타일의 투수였을 뿐이다.
그래서 미하시는 유키무라가 야구부에 들어왔을 때 언짢고 안절부절했다. 에이스 자리를 뺏기게 된다. 마운드에 설 수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포수, 자신의 배터리, 아베를 빼앗긴다. 하루나도 아닌 유키무라라는 건방진 후배에게. 그래서 미하시는 더더욱 아베에게 이런 저런 핑계로 아베를 독차지 하려하고 마운드와 아베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아베에게 시간이 남는 듯 하면 이미 끝낸 투구연습이라도 봐달라고 하거나, 모르는 것이 있다며 구태여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것 까지 질문하기 일쑤였다. 물론 아베는 이런 미하시의 상황도 모르고 그저 미하시가 이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미하시의 속내를 알아챈 것은 자신도 똑같은 방식으로 미하시에게서 아베를 빼앗으려 하는 유키무라뿐이었다.
끊임없는 노력끝에 유키무라는 아베와 함께 집에 돌아가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종종 아베의 클래스로 올라와 연습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아베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잔뜩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베는 점점 유키무라에게 익숙해졌고, 유키무라의 공에도 익숙해졌다. 하루나와 달리 유키무라의 공은 자신에게 그렇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리고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 둘이 호흡을 맞추는 시간도 길어졌다. 그와 동시에 아베와 미하시가 함께 투구연습을 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아베는 어느 순간부터 유키무라의 공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미하시의 공을 더 좋아하긴 했다. 하지만 빠른 구속의 무기를 가진 투수의 장점에는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포수라도 그런 매력에는 매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변화구를 하나만 더 장착해도 엄청난 무기가 될 터이었으니까. 게다가 미하시가 지쳐도 계투가 있다면 충분히 경기를 편안하게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미하시에게 무언가의 문제가 생긴다면-예컨대 부상을 비롯해 피로축적으로 인한 구위하락이나 콘트롤미스, 심각하게는 와일드피칭까지- 곤란해지는 것은 니시우라 전체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한 투수가 한 명 더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었다.
아베는 미하시와 유키무라의 몸상태를 생각해 봄대회에는 미하시 선발, 유키무라 계투, 다음날은 유키무라 선발, 미하시 계투의 순서로 그들의 피로도를 줄였다. 투수가 다섯, 여섯명씩 있는 고교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미하시 혼자 9회까지 전부 던져야 했던 이전보다는 경기운용이 수월함은 당연했다. 그래서 아베는 지금의 체제가 좋았다.
하지만 미하시는 달랐다. 독차지하던 마운드도, 아베도 공유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에이스의 자리도 위태로워졌다. 모두에게는 여전히 미하시가 에이스였지만 미하시 본인만은 여전히 자신의 위치에 불안함과 약간의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매일이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미하시는 문득 모모에 감독에게 가 자신이 9회까지 전부 던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억지를 부린다. 당연히 감독은 안 된다고 하였지만 미하시는 절대 마운드에서 내려가려 하지 않았다. 유키무라에게 마운드에 올라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유키무라는 짜증이 났다. 하지만 지적하지 않았다. 언젠가 무리로 인해 미하시 스스로 망가질 것이란 걸 유키무라는 알고 있었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아베는 속이 타고 짜증으로 과다스트레스 상태였다. 미하시는 마운드를 양보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고, 그의 체력에 슬슬 한계가 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시합 중에는 뭐라고 해도 마운드에서 내려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경기를 계속해야 했고, 팀의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아베에게는 새로운 사인을 주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연속 몇 차례의 경기 끝에 미하시의 몸에 드디어 이상이 나타났다. 팔의 근육이 굳고, 인대가 늘어나 한동안은 팔을 쉬어야 했다. 팔은 이미 빨갛게 부어 있었다. 여기서 더 고집을 부려 더 던지려 하면 선수생명까지 끝이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베는 다짜고짜 미하시에게 화를 냈고, 답답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훔쳐냈다.
그렇게 미하시 대신 유키무라는 마운드를 혼자 책임지게 되었다. 미하시는 더욱 불안해졌다. 이제는 아베를 빼앗기는 것 뿐 아니라 아베 본인에게서 버려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팔을 쓸 수 없으면, 공을 던질 수 없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더이상 니시우라의 에이스로 있을 수 없고, 아베의 투수로 있을 수 없게 된다. 그런 자신이 무슨 쓸모가 있어 아베가 자신을 데리고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미하시를 두렵게 만들었다. 아베를 잃어버린다는 공포에 미하시는 홀로 괴롭게 울었다.
경기가 없는 날 아베는 바로 미하시네 집으로 향했다. 미하시는 아베에게 있어 특별한 투수였다. 하루나와 달리 자신의 모든 것을 그대로 구현해줄 수 있는 최적의 투수였다. 그래서 아베에게 미하시의 건강은 자신의 건강만큼이나 중요했다. 아베는 불안한 마음으로 미하시네 대문을 살며시 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미하시는 홀로 울고 있었다. 아베는 당황했다. 저렇게 망가질 정도로 괴로워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기에 당황스럽고, 또 미하시가 안쓰러웠다.
작년 비죠전에서 겪어보았던 다리부상으로 인해 아베는 부상의 초조함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렇게나 싫어하던 하루나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아베는 어떻게 해야 미하시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안심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도저히 그 답을 알지 못했다.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타인이 도와줘봤자 그것은 그저 의례적인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아베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다음 날 아베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다시 미하시의 집을 찾았다. 미하시는 어제처럼 홀로 울고 있지 않았다. 언제 울기라도 했냐는 듯 오늘은 열심히 투구연습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나이를 비롯한 야구부의 등장에 투구연습을 하고 있던 미하시는 놀란 듯 했다. 그리고는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신나게 먹고 떠든 후 하나이는 슬며시 미하시의 눈치를 보았다. 아베에 대한 미하시의 집착과 걱정이 자신에게까지 전염되는 것 같은 기분에 하나이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눈치좋게 나머지 친구들을 데리고 미하시의 집을 떠났다. 그러자 졸지에 아베와 미하시 둘만 남겨진 상황이 되었다.
둘 사이에는 긴 정적이 흘렀다. 정적이 답답했는지 아베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미하시를 불렀다. 미하시의 몸이 움찔했다. 그 모습을 본 아베는 절로 나오는 한숨을 어쩌지 못하고 뱉어냈다. 그리고는 미하시에게 물었다. 팔이 완전히 낫기까지는 얼마나 걸리냐는 둥, 투구연습은 가볍게 잘 조절하고 있냐는 둥 온통 미하시에 대한 걱정이었다. 미하시는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꾹 참고는 큰 목소리로 아베의 이름을 불렀다.
아베가 말을 멈추자 미하시는 더듬거리며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자신의 본심을 말했다. 불안감, 아베에 대한 절실함, 에이스로의 불안감, 부상에 의한 초조함. 모든 복합적인 감정을 아베에게 전부 쏟아냈다. 그 말을 들은 아베는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울컥했다. 하지만 대답해주어야 했다. 자신의 에이스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그리고 미하시에게 말한다. '우리 팀의 에이스는 변하지 않는다. 나는 하루나도, 유키무라도 아닌 너를 선택한 거다. 내 마음 속의 에이스는 너뿐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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